작성일 2021.07.20
규제 덜한 리모델링 시장 커지자…건설 ‘빅4’도 수주 경쟁 속으로
경향신문 송진식 기자 입력 2021.07.18. 오후 9:25
삼성물산, 고덕아남아파트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사업 수주 눈앞
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도 전담조직…쌍용건설이 누적 1위
[경향신문]
최근 리모델링 추진 조합이 설립된 경기도 군포시 산본 개나리주공13단지(1778가구) 전경. 쌍용건설 제공
주택경기가 활황세를 이어가면서 건설사들의 아파트 리모델링 수주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기준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구 대림산업), GS건설 등 이른바 ‘빅4’가 최근 전담조직을 만들어 잇달아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포스코건설(5위)은 이미 수년 전부터 리모델링 시장에 공을 들여왔고, 대우건설(6위)도 올해 발을 들였다. 포스코건설과 함께 일찌감치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든 쌍용건설(28위)도 잇달아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이너’에 속하던 리모델링 시장이 주목받는 데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정부의 “고점” 경고가 무색할 정도로 치솟는 도심 아파트 가격이 원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주거환경 개선과 동시에 아파트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민간 재건축 시장이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분담금제 등 각종 규제로 묶여있는 점도 작용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안전진단 규제가 덜하고, 최근엔 수직증축 허가 사례도 늘고 있어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도 줄어드는 추세다.
■ 주택경기 호황에 리모델링 시장 ‘쑥쑥’
1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계의 국내 건설수주액은 194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 늘어 국내 건설수주액이 작년보다 1.7% 증가한 197조4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건산연은 내다봤다.
리모델링은 준공된 지 15년 이상, 수직증축의 경우 안전진단 ‘B등급’ 이상, 수평 증축의 경우 안전진단 ‘C등급’ 이상이면 추진이 가능하다. 재건축이 준공 30년, 안전진단 ‘D등급’ 이하여야 하는 것에 비하면 규제가 덜하다. 리모델링은 재건축 아파트들이 가장 큰 규제로 꼽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대상도 아니다. 이미 용적률이 법정 상한에 가까워 재건축을 통한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의 경우도 리모델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성남 분당,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1기 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1기 신도시는 곧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다가오는 아파트들이 많지만 용적률이 높아 특례 적용이 아닌 이상 수익성을 얻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수도권 대단지로는 개포 대치2단지(1753가구), 목동 우성2차(1140가구), 분당 한솔마을 5단지(1156가구) 등이 이미 시공사를 선정해 리모델링 절차에 들어갔다. 리모델링에 관심을 보이는 단지들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의 자료를 보면 올 5월 전국 기준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조합설립을 마친 단지는 72개(5만3890가구)로, 지난해 말(54개 단지, 4만551가구) 대비 30%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시장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산연은 지난해 17조3000억원이던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으로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건설사 ‘빅4’ 모두 수주경쟁 ‘참전’
시장이 커지자 대형건설사들은 잇달아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GS건설은 지난 7일 건축·주택 부문 산하에 ‘리모델링팀’을 신설하고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GS건설 관계자는 “1990년대 지은 중층 노후아파트의 급속한 증가로 주거환경 개선과 경제적인 비용절감을 위해 리모델링사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사업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을 조직했다”고 밝혔다.
GS건설은 리모델링 수주 실적이 2018년에 1건(청담건영, 269가구), 2019년에 1건(삼전현대, 138가구)에 그쳤지만 올해는 문정건영(626가구), 밤섬현대(248건) 등 벌써 2건을 수주했다. 올해 달성한 수주액 규모도 3000억원을 초과해 2018~2019년의 두 배가 넘는다. 현재 신도림우성1차, 신도림우성2차, 서강GS아파트 등 3곳의 리모델링사업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있다.
삼성물산도 올 3월 리모델링 전담팀을 만들어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 강동구 고덕아남아파트(807가구) 리모델링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 3위인 DL이앤씨는 올해 5월 리모델링시장 복귀를 선언한 뒤 6월까지 한 달 만에 1조원이 넘는 수주액을 따냈다.
지난해 말 전담조직을 만든 현대건설도 올해 초 용인 신정마을9단지(812가구)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한 뒤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3월 전담팀을 조직한 대우건설은 쌍용건설과 함께 가락쌍용1차 리모델링사업을 공동수주했고, 지난달에는 수지현대아파트(1343가구) 사업권을 따냈다.
리모델링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로 꼽히는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도 사업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최다인 전체 18개 단지(1만6680가구)의 리모델링 실적을 가진 포스코건설은 지난달에도 영통 삼성태영(832가구) 리모델링사업을 단독 수주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바닥체를 확장할 때 기존 공법 대비 콘크리트 파쇄량을 줄인 친환경 공법을 개발해내는 등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업계 최초로 2000년 7월 리모델링 전담팀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해온 쌍용건설은 누적 실적이 2조5000억원으로 업계 최고다. 올 상반기에만 공동 수주를 포함해 1조26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포스코건설과 함께 수주한 분당 한솔마을 5단지 사업이 성남시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상태다. 지난 5월에는 포스코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공사비 8000억원으로 리모델링 사상 최대규모인 가락쌍용1차(2064가구)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했다.
최근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조합설립을 마친 경기 군포 산본 개나리주공13단지(1778가구)의 경우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경쟁이 예상된다. 1995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대단지인 데다 향후 리모델링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 1기 신도시 내에 위치하고 있어 표본 선점을 노리는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등이 사업 수주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086231?cds=news_my